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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 확장의 질서

부유된 덩이말

조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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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소개 뉴스, 메시지, 일상 기록까지—이야기는 이제 종이나 책을 넘어 화면과 기계를 통해 전해집니다. 이야기들은 더 가볍고 빠르게, 때로는 기계에 의해 생성되고, 번역되며 이동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렇게 흘러다니는 이야기들이 어떤 방식으로 우리와 마주하고, 공간 속에서 감각될 수 있을지를 탐구합니다. 이곳에서 이야기는 읽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며 부딪히고 스쳐 지나가는 경험이 됩니다. <부유된 덩이말(Floating Whispers)>은 자율주행 캐리어 군집을 기반으로 서사의 형태와 전달 방식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각 캐리어에는 자연어처리(NLP) 기반 AI로 구성한 다층적인 콘텐츠가 담기고, 한국어, 영어, 중국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로 생성·재구성됩니다. 동시에 캐리어 외부에는 영상이 재생되고, 내부 시스템은 사운드와 빛을 발산하며 공간을 유기적으로 이동합니다. 이들은 설계된 경로를 따라 관객과 마주치고, 서로 교차하며, 새롭게 이야기를 감각할 환경을 만들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서사는 읽히기보다 마주치고, 통과되며, 현장에서 경험되는 방식으로 제시됩니다. 이동하는 캐리어는 더 이상 단순한 운반 기계가 아닌, 이야기, 기억, 데이터, 움직임과 감각이 얽혀 있는 하나의 살아 있는 존재처럼 움직입니다. AI의 언어는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기계의 움직임은 설계되어 있으면서도 예측을 벗어납니다. 본 프로젝트는 이러한 감각을 통해 인간 중심의 이야기 구조를 흔들고,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새로운 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크리에이터 소개 기술과 사회, 서사와 물질 사이의 복잡계를 탐구해온 조영각은 제로원 알럼나이로서, 동시대의 다층적 질서와 현실이 작동하는 방식을 예술적으로 실험해왔습니다. 조영각 크리에이터는 인공지능, 로보틱스, 데이터 기반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을 매개로 삼아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접면에서 사회적 감각과 조형적 서사를 구축해왔으며, 이번 제로원에서는 사물과 존재, 정보와 이동성이 얽히는 관계망을 감각적으로 재구성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입니다. <부유된 덩이말>은 그의 탐구가 ‘기술–서사–이동’이라는 축으로 집약된 작업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비인간 주체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이야기의 형식을 실험합니다.

※ Highlights 모빌리티 기술이 전달하는 것은 그 안에 숨겨진 각자의 ‘이야기’ 입니다.

<부유된 덩이말(Floating Whispers)>은 자율주행 캐리어와 AI 언어를 통해 흘러다니는 이야기를 새롭게 마주하게 합니다. 현대자동차가 그려내는 HMI(Human Mobility Interface)는 어떤 모습일까요? 모빌리티는 단순한 기술의 체험이 아니라, 각자의 이야기 자체가 됩니다.

Curator's Note 누가 오늘날 이야기를 운반하는가. 문자는 더 이상 책과 종이 위에 머무르지 않고, 픽셀을 넘어 점점 더 가볍고 더 빠르게 이동한다. 조영각의 <부유된 덩이말(Floating Whispers)>은 그런 점에서 ‘이야기’의 감각적 전송 방식이 기술에 의해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탐색하는 프로젝트다. 작가가 끊임없이 이동하며 짐을 싸고 풀기를 반복해온 개인적인 리듬—출장과 이주의 삶—은 이 작업의 기초가 된다. 그는 자신의 몸과 기억이 캐리어에 실려 이동하는 감각을 통해, 기술이 만든 움직이는 언어 장치로서의 존재를 상상한다. 본 프로젝트는 컨테이너, 스마트 기기, 클라우드 서버 속에 포개어 존재하는 우리의 이동성과 기억을 출발점 삼아, AI가 만들어낸 서사들이 자율 주행 캐리어에 실려 물리적 공간을 가로지르며 작동하는 새로운 서사의 형식을 제안한다. 이는 더 이상 ‘서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서사를 마주치고 통과하는’ 경험, 그 경험의 임계지대를 조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부유된 덩이말〉은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의 내러티브를 포함한 자율 주행 스마트 캐리어 군집으로 구성된다. AGV 포커싱된 모듈이 장착되어 있는 캐리어의 외부에는 서사를 유추해봄직한 이야기가 전개되며, 내부에는 자연어처리 기반(NLP)의 AI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한국어, 영어, 중국어, 아랍어 등 여러 언어의 서사를 생성하고 재구성한다. 이 캐리어들은 전시장을 유기적으로 이동하며, 각기 다른 이야기의 조각들을 발화하고 발산한다. 빛과 음향의 교차, 캐리어 간의 동기화된 움직임,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방향 전환은 기계가 제시하는 이야기의 물리적 퍼포먼스로 작용하며, 관객은 이 이동하는 내러티브 군집과 우연히 마주치거나 스쳐 지나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감각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이 ‘움직임’ 그 자체가 하나의 언어이자 서사의 단위가 된다는 사실이다. 이야기의 중심은 더 이상 인물이나 서사의 구조가 아니라, 기계적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패턴과 리듬이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브뤼노 라투르가 제안한 근대 이후의 존재론적 분할(주체/객체, 인간/비인간)의 붕괴를 떠올리게 한다. 캐리어는 단순한 운반 기계가 아니라, 이야기, 기술, 정보, 조형성, 감각, 이동성 등의 복수의 존재 조건이 얽혀 있는 하나의 ‘집합체(assemblage)’다. 마누엘 데란다가 말한 것처럼, 이 집합체는 고정된 구조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의 형성과 해체 속에서 비선형적으로 작동하며, 이야기 또한 더 이상 선형적 플롯을 따르지 않는다. 〈부유된 덩이말〉은 우리가 기계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현실, 특히 그 기계가 ‘언어’를 가지고 말을 걸어올 수 있는 세계를 조형적으로 사유하게 만든다. AI가 생성한 언어는 유사한 듯 낯설고, 자율 주행 로봇의 움직임은 효율적이지만 비논리적이며, 전체 시스템은 설계되어 있으면서도 우연성을 허용한다. 이 퍼포먼스는 기술이 만들어낸 인공적 ‘존재감’의 감각을 구현하며, 인간 중심의 서사 구조가 아닌, 비인간 주체들의 ‘이야기-되기’(becoming-narrative)를 실험하는 장이 된다. 서사는 더 이상 말해지거나 기록되지 않으며, 캐리어의 궤적처럼, 미끄러지고 교차하며 공간 속에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 동시에 이 작업은 오늘날 우리가 짊어지고 이동하는 이야기의 무게에 대해 되묻는다. 여행자, 이주자, 난민, 또는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적 객체까지—모든 존재는 이제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부유한다. 조영각의 〈부유된 덩이말〉은 그 부유의 감각 속에서, 실재와 허구, 인간과 기술, 존재와 데이터 사이를 떠도는 이야기들의 형체를 감각적 조형물로서 포착한다. 여기서 ‘덩이말’은 해체된 문장, 조각난 의미, 부유하는 감각들의 덩어리이며, 동시에 우리가 기술적 세계에서 점점 더 자주 마주하게 되는 비선형적 현실의 은유다. 이 프로젝트는 단지 AI 기술을 ‘이야기 도구’로 차용한 것이 아니라, 기술 그 자체가 하나의 서사 주체로 기능할 수 있는가를 실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