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소개
산업화 이후 인간의 신체는 항상 효율과 규율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기술은 이제 노동 뿐 아니라 쉼의 방식까지 설계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런 기술 환경 속에서 ‘쉼’을 단순한 회복의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인식하는 감각의 전환점으로 다룹니다. 풍경은 그 쉼을 통해서만 드러나며, 이는 생산을 위한 보상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새롭게 깨어나는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Relax + Motion + Effect>는 자율주행차 내부를 모티브로 한 모듈형 공간에서 관객이 편안한 자세로 머물며 감각의 변화를 체험하는 참여형 설치 작업입니다. 공간은 자연물을 연상시키는 풍경으로 구성되며, 관객의 움직임과 머무름에 따라 영상이 유기적으로 반응합니다. 관객은 스크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통해 ‘쉼의 감각’을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쉬는 것인지 일하는 것인지 경계가 흐려진 상태에서, 감각은 다시 활성화되고 구성됩니다.
본 프로젝트는 우리의 몸과 감각이 기술 환경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를 실험합니다. 감각은 개인 안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기술과 함께 만들어지는 외부적 조건이며, 쉼 또한 그 일부로 조직됩니다. 실제와 가상을 구별하기 어려운 자연물의 형상 속에서 관객은 자신의 몸이 기술에 의해 얼마나 규정되어 있었는지를 자각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다시 느끼는 법’을 배워 나갑니다. 쉼은 이 과정에서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우리가 놓쳤던 감각을 되찾고 새로운 나 자신을 회복하는 계기가 됩니다.
크리에이터 소개
구기정+최성일은 디자인, 퍼포먼스, 인간-기계 인터페이스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동작업을 통해, 신체 기반의 감각 경험과 기술 환경의 관계를 다각도로 해석해왔습니다. 이들은 감각·움직임·기술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지각적 재조정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단순히 기계를 조작하거나 제어하는 차원을 넘어, 기술이 열어주는 체험을 예술적으로 구현합니다. <Relax + Motion + Effect>는 그들의 첫 ZER01NE 프로젝트로, 신체 기반 감각의 철학과 기술 환경이 품은 서사적 잠재력을 함께 사유하려는 실험으로 자리합니다.
※ Highlights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인간은 이를 통해 새롭게 감각합니다.
움직이는 자동차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을까요? <Relax + Motion + Effect>는 자율주행차 내부를 모티브로 한 공간에서, 쉼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감각을 새롭게 구성하는 순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율주행 시대의 ‘쉼’은 단순한 멈춤이 아니라, 삶의 밀도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 됩니다.
Curator's Note
신체는 더 이상 ‘이동의 수단’이 아니다. 기술 발달로 인해 우리는 ‘움직이는 행위’ 그 자체보다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생겨나는 감각의 변화에 더 민감해지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이 가져오는 무동력 상태의 일상은, 단순한 효율이나 편리함을 넘어 새로운 감각 지형을 형성한다. 마셜 맥루한이 말했듯 기술은 인간의 감각을 확장하는 ‘지속’이자 기존 감각 체계의 ‘단절’을 불러일으킨다. 신체와 감각은 기술의 확장에 따라 다시 재배열되고, 그로 인해 삶의 밀도는 기존의 인식 너머로 조정된다. 여기서 움직이지 않는 정적인 상태는 ‘쉼’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쉼과 생산성 조차 자기계발의 언어로 포획되는 요즈음, 진정한 ‘쉬는 행위’와 ‘노동하는 행위’의 경계는 옅어보이기까지 한다.
<Relax + Motion + Effect>는 이러한 감각의 재조정이 이루어지는 지점을 탐구하는 참여형 설치 작업이다. 관객은 운전행위가 아닌 가장 편안한 자세 – 눕거나, 등받이를 젖혀 앉는 자세로 ‘쉼’의 형태에 초대된다. 신체는 정적인 환경 속에서 유동하며, 이 움직임은 특정 광학적·공간적 장치들과 연동되어 시각적 몰입을 유도한다. 관객이 영상 앞에 앉거나 누우면, 자연의 형상이 서서히 드러나며 풍경은 점점 선명해진다. 그러나 이때조차 몸을 가만히 두는 행위는 생산의 과정처럼 체감되고, 쉬는 행위는 새로운 노동으로 전환되며, 노동의 감각은 다시 소멸한다.
베르나르 스티글레르에 따르면, 기술은 단지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각 자체를 외재화(exteriorization)하며 감각 주체의 형식까지도 재구성한다. 감각은 더 이상 개인 내부에 있는 순수한 경험이 아니라, 기술적 조건과 시스템 속에서 외부화되고 기술 장치와 함께 조직되는 흐름이다. <Relax + Motion + Effect>가 보여주는 것도 이와 같다. 기술은 단지 이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조건 짓고 감각 주체의 구조를 재배열한다. ‘밀도 있는 삶’이라는 주제 아래, 더 효율적인 노동이나 창의성의 자원으로 포섭되는 쉼은 과연 진정한 쉼일까. 하르트무트 로자가 말했듯 “쉼이란 속도의 중단이 아니라, 세계와의 공명”이라면, 밀도 있다는 것은 단지 제어 속에서 안전하게 보장된 휴식이 아니라, 제어 너머에서 새롭게 감각과 세계가 맞닿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작품은 일종의 감각 훈련 장치로 기능한다. 관객은 영상 속 자연물의 점진적인 형상 속에서 기술이 제거한 자연과 인공의 경계, 그리고 그 능동성을 재발견하거나 그 부재를 인식한다. 이 과정은 단지 ‘쉼’의 행위를 재현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술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비움의 시간과 공간에 신체를 다시 불러내고 그 자리를 ‘채우는’ 경험이다. 이때 신체는 더 이상 기능적이지 않으며, 감각은 더 이상 수단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기술은 감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을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조건이 되고, 감각은 기술 속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구성의 형태로 다시 ‘출현’한다. 따라서 이 설치는 감각의 조정과 분할, 그리고 그것이 누구의 몸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는지를 묻는다.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감각의 재조정은 언제나 정치적 선택이 된다.
<Relax + Motion + Effect>는 운전이라는 행위가 배제된 환경 속에서 차량을 소유하고 이동하는 삶의 차이를 되묻는다. 이 작업은 자율주행이라는 비가시적 기술이 우리의 몸과 감각에 어떤 재구성을 요구하는지를 실험하며, 관객은 기술과 감각 사이의 간극을 자신의 몸으로 체험하게 된다. 정지된 환경 속에서 신체는 무엇을 기억하고, 감각은 어떤 방식으로 다시 출현할 수 있을까. 이때 움직인다는 것과 쉰다는 것은 단지 몸을 움직이거나 특정 자세로 풀어두는 행위가 아니라, 감각의 정치 속에서 ‘다시 느끼는 법’을 배우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